202308 수련교육부장 편지 - 인천성모병원 김주상 수련교육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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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07-31 | 조회수 |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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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의 한가운데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되는 긴장이 이젠 일상이 되고 있고,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우선해야 할 일들과 미뤄도 되는 일들을 나누고, 여기저기 연락 오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 하게 됩니다. 오가는 교수님들이나 전공의 선생님들이 제법 아는 얼굴이 많고,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사람도 제법 늘어나서 내가 이젠 병원의 일원임을 의심할 필요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불과 5개월 전, 3월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익숙해지고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병원에 처음 배정된 후 나름 안도한 분들도, 과한 긴장으로 걱정이 많았던 분들도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차이조차도 시간이란 거역할 수 없는 공간에서 우리는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턴의 일이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하는 잠시나마 아침 철학 수업의 세계로 인도하는 여정이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철학적 사색도 여기저기 오는 C-talk에 금세 ’현타‘가 오고 맙니다. 늘 반복하는 것 같지만 단 하루도 내 계획과 뜻대로 돌아가지 않은 이놈의 병원 일도 이젠 어색하기는커녕 가끔은 너무 일이 잘 돌아가면 재밌고 보람까지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익숙해지다 보니 이젠 정들었던(각자 느낌이 다르겠지만) 병원을 떠나고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할 것을 생각하면 긴장이 살짝 몰려듭니다. 더군다나 여기저기서 진로를 정하고 인사도 했다는 말도 들리고 하다 보면 나는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게 됩니다. 이제부터 ’아침의 철학 수업‘이 아닌 굉장히 중요한 ’전공과 선택’이라는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진로를 고민할 때 학생 때부터 확신에 찬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말 잘할 수 있을지? 하는 고민부터, 일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향후 전망은 과연 괜찮을까? 과연 내가 원하는 것들을 내가 원하는 병원이나 임상과에서 이룰 수 있을까? 등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수련교육부장을 벌써 햇수로 5년째하고, 인턴, 전공의 선발 과정에 참여하고, 여러 수련, 전공의 선생님들과 면담을 하다 보니, 자기 주관이 분명한 분도 있지만, 반 정도는 뭔가를 많이 고민하기보다, 수능 성적으로 대학을 가듯이 전공의를 선택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인천성모병원에서 인턴 선생님들과 ‘진로 면담’이라는 시간을 통해 전공의 지원 등에 대한 면담시간을 갖게 됩니다. 면담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는 과정을 갖고 면담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많은 생각과 결정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전공의 선택은 인턴 때 어떤 병원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안내해 줄 마땅한 것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인기과에 몰리며 유능한 후배들이 너무 많이 탈락하는 것을 보면서 사전에 충분히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면담이지만, 생각보다 서로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고, 미처 몰랐던 모습들을 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기대가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올해는 훨씬 더 멋지고 훌륭한 후배들에게 진로 선택 전에 이런 기준을 가지고 한번 고민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전달해 주고 싶습니다. 첫째,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해라 둘째, 그 전공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라, 셋째,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라 그래야만 오랫동안 그 일을 잘할 수 있다. 너무 진부하고, 늘 듣던 이야기 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 중에 보람이 없거나, 학문적으로 재미가 없는 일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진부한 조언이 내가 진정으로 임상과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선택의 이유가 되길 바랍니다. 인턴 첫 시작 OT 때 처음은 모두 같지만, 모두에게 평가가 좋은 사람과 모두에게 부족하게 평가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전공과목이 삶의 질(QOL)이 좋다고 선택하거나, 전문의 취득 후 대우가 좋다고 선택하거나 하는 맘이 없을 수 없지만, 온전히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만 집중해 보시는 시간을 갖기를 권해드립니다. 특정과를 선택한다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듯이, 비인기과를 선택한다고 여러분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20년~30년가량을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여러분이 이젠 진정으로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용기도 있어야 하는 시기가 지금인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야 가을의 열매가 맺히듯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뜨거운 여름을 피할 수 없습니다.여러분 모두가 지금껏 흘린 땀을 통해 귀한 열매를 맺고, 인생의 뜨거운 여름을 피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조금만 노력하고 많은 열매를 따기 바라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를 나와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자 할 때, 이 뜨거운 여름도 이겨낼 힘이 생기고, 수확의 많고 적음보다, 그 기쁨은 배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뜨거운 여름을 후회 없이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을이 되면 이 열매를 가족과 이웃들과 나누고, 보람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023년 7월 31일 여름의 한가운데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수련교육부장 김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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